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Essay

인누와~

by 사라진루팡 2008. 3. 14.

둥이가 말을 시작했다.. 할 줄 아는 말이라곤..
"안돼~" , "인누와~", "빠빠"  뭐 이 정도지만.. 나름 적절한[?] 구사력으로 감탄하게 하곤 한다.
오늘은 회사에 일이 있어 일찍 출근을 하는데.. 늦으막히 일어난 둥이 녀석이.. 턱하니.. 식탁의자에 앉아 밥을 달라고 엄마한테 눈짓을 보낸 후, 슬그머니 아빠를 한 번 쳐다 본다.
"저 양반은 아침 일찍 뭐하나??" 하는 표정이더니.. 이내 내가 출근을 하려고 "둥아.. 빠이빠이.. 아빠 댕겨올께" 하니..  배신감 가득한 눈으로 쳐다 보면서.. 할 줄 아는 "빠빠"도 안하고 버틴다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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현관문을 닫으려니.. 다급하게 내뱉는 말
"인누와~~, 인누와~~"
ㅋㅋㅋ 가지 말라는 표현이다..

엄마가.. 늘..
"둥이.. 일루와라~" 했더니..
그걸 배워서 여기저기 써 먹는다.

엄마가 자기랑 안 놀아주고 집안 일을 하면 쪼로록 쫓아 다니면서.. "인누와~ 인누와"

물건을 집으려는데, 손이 닿지 않는다거나 갈 수 없는 곳에 있으면 물건을 쳐다 보면서도..
"인누와~ 인누와"

자기랑 가까이 있길 원하는 건, 그 대상이 뭐든 "인누와" 다

아.. 그러고 보니.. 진작부터 할 수 있는 단어가 하나 더 있다..
"아이까"  ㅋㅋㅋ
이게 뭔고~ 하니..
울 둥이가 좋아하는 얼음.. 엄마가 얼음을 주면서.. "아이 차가워~" 하면서 줘 버릇해서..
그걸 따라 발음한다는 게.. "아이까" 다.

우리는 여기서 "차가워" 라는 음절을 한꺼번에 한 음절로 줄이면 "까"가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. ^^*

이젠, 얼음을 먹고 싶으면.. 냅다.. 냉장고쪽으로 달린다.
그 앞에 버티고 서서는 한 손을 닿지도 않는데 위로 쭉 뻗고는.. 엄마, 아빠를 보면서.. "아이까", "아이까" ㅋㅋ
얼음을 달라고 한다. 하나 꺼내들면, 쏜 살같이 달려와서는 아빠가 입으로 부셔주는 얼음을 낼름 받아 먹고는 자기 볼일을 보러 간다..  그리고는 모이 받아 먹는 새처럼 얼음을 다 먹으면 다시 먹으러 돌아온다.

오늘 아침엔, 결국 "인누와"는 소리를 들으면서도, 결국 현관문을 닫고 출근하고 말았다.
모르긴 몰라도, 한바탕 울었을지도..
회사에 있어도 여전히 둥이 녀석이 눈에 선하다. ^^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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